할머니께서 어딘가 가볼 데가 있다며 밥상을 차려보라는 꿈
몇 해 전, 그러니까 둘째 아이가 10개월쯤 되던 때였을 것이다.
그때까지만 해도 애도 많이 어렸고 밤마다 자다 깨서 우유를 먹이기 일쑤였다.
집안일하랴, 아이 돌보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밤, 나는 기이한 꿈을 하나 꿨다.
꿈속에서 우리 할머니가 나를 계속 귀찮게 쫓아다니던 것.
할머니는 나를 쫓아다니며, '아가, 어디 가볼 데가 있으니, 밥상을 좀 차려달라'고 하셨다.
요즘 신경이 예민한 탓이었을까.
아니면 내가 친정에서 막내로 자란 까닭도 있을 것이다.
당시 꿈에 나를 쫓아다니는 할머니가 귀찮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.(지금은 할머니께 매우 죄송하지만)
나는 할머니께 신경질적으로 이렇게 말했다.
'할머니, 대체 무슨 상을 차리란 말이에요? 이 시간에 대체 어딜 가시게요?' 그런데도 할머니는 내 말은 들은 척도 않았고, 자꾸만 내게 '상을 차려달라'라고만 하셨다.
나는 큰소리로 소리쳤다.
"아이 난 몰라요! 큰 올케 언니한테나 그러세요."
3남 2녀중 막내로 자라온 나인지라, 이러한 부탁에 괜스레 짜증이 났다.
또한, 할머니의 이런 모습이 굉장히 낯설었고, 이 상황이 조금 현실적이지 않다는 느낌도 조금 들었던 것 같다.
다음 날 친정에게서 연락이 왔다.
빨리 오라고, 할머니께서 밤새 운명하셨다고..
나는 지난 꿈이 떠오르며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.
*할머니가 상을 차려달라던 것은 마지막 가는 길 손녀에게 밥 한 끼 얻어먹고 가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.
글 작성자는 당시 할머니께 모질게 대했던 것에 대해 아직까지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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